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은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30년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심리적 충격과 극복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이 현재의 스트레스나 사건과 맞물려 다시 일깨워지는 것입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외상성 사건의 반복적인 재경험(침습증상), 반복적인 악몽, 일상생활 속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괴로운 잔상이나 생각들(flashback)은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기억을 반복하여 재경험하게 합니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외상기억을 자극하는 단서를 극단적으로 회피하므로 삶이 점점 고립되어가고, 나중에는 결국 정서적으로 둔감해져 일종의 정신적인 마비상태가 됩니다.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회피증상이 주요증상이 됩니다.자신과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과 왜곡된 인지를 갖게 되고 공포, 분노, 죄책감, 수치심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정서상태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심해질 경우, 과도한 각성 상태가 지속되면서 지나친 경계심, 과도한 놀람 반응, 초조함, 집중력장애, 수면장애,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경험하게 되는 만큼 트라우마 전문가에게 안전하게 상담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우리 신체와 정신은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fight or flight 모드(싸우거나 도망가는 것과 같은 흑백논리)로 전환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따라서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보게 되기 때문에 복잡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됩니다. 먼저 자신이 위험상황으로부터 현재는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 보호를 해주는 대상, 치료자와의 신뢰성 구축 등이 치료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져야 합니다. 기존의 대화방식의 심리치료만으로는 효과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감정과 신체감각 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트라우마-포커스 심리치료 기법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위축되고 왜곡되었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건강하고 원만하게 회복되어,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 역시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